단락 열네 살 소년 민우는 평소 천안천을 따라 걷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맑은 물줄기를 보며 걷다 보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천안의 거리는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동의 번화가도, 성성동의 호 (1) (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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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소년 민우는 평소 천안천을 따라 걷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 다. 맑은 물줄기를 보며 걷다 보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으니 까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천안의 거리는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 습니다. 신부동의 번화가도, 성성동의 호수공원 주변도 온통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고 간 일회용 컵, 담배꽁초, 비닐봉지로 가득 찼습니다. 바 닥에 쌓인 쓰레기는 비가 오면 하수구를 막아 거리를 물바다로 만들었 고, 여름이면 악취를 풍기며 도시의 숨통을 조여왔습니다. 쓰레기는 이제 단순한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이웃 간의 다툼을 만들고 삶을 황 폐하게 만드는 거대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우는 천안의 숨은 명소인 각원사로 향 하는 길에 우연히 숲길 사이로 난 낯선 오솔길을 발견했 습니다. 평소 모험을 좋아하던 민우는 무언가에 이끌리 듯 그 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 여기가 이렇게 아파하고 있었구나." 오솔길을 따라 들어갈수록 민우의 눈앞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 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비닐봉지들이 나뭇가지마다 기괴한 유령 처럼 걸려 있었고,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페트병과 캔이 계곡 틈새에 박 혀 물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맑은 물이 흘러야 할 계곡은 썩은 물 고인 웅덩이로 변해 있었고, 그곳에서 목을 축이려던 산새들이 플라스틱 고 리에 발이 묶여 고통스럽게 퍼덕이고 있었습니다

민우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도시의 편리함 뒤에 가려진 자연의 눈물을 눈앞에서 마주한 순간이었습니 다. 자신이 무심코 썼던 일회용품들도 결국 흘러 흘러 이 아름다운 숲을 파괴하는 일에 보탬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깊은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새는 힘겹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 지만, 여전히 숲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는 그대로였습니다. 민우는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서 지 않는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천안 의 푸른 하늘과 숲은 영영 사라져 버 릴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소년은 배 낭을 열고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들 을 하나씩 주워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민우가 시작한 작은 모험의 첫걸음이었습니다.

산을 내려온 민우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본 것을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정성스럽게 글로 써서 알렸습니다. 그리고 매주 주말마다 '우 리 동네 푸른 천안 만들기'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명 에 불과했던 걸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 엔 그저 신기한 듯 바라보았지만, 묵묵히 허 리를 숙여 바닥을 청소하는 소년의 진심 어린 모습에 하나둘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신부동 거리에, 천안천 변 에 민우와 함께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든 시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쓰레기 를 되가져가기 시작했고, 바닥은 다시 본래의 깨 끗한 얼굴을 되찾아갔습니다. 마침내 천안은 쓰레 기로 몸살을 앓던 도시에서, 시민들의 손으로 직 접 푸르름을 되찾은 희망의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 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바닥에 던진 작은 쓰레기 하나는 단순한 오물이 아 닙니다. 그것은 자연에 보내는 상처이자, 우리 스스로의 양심을 버 리는 행위입니다. 바닥에 쌓인 쓰레기가 사회문제가 된 것은 기술 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 하나쯤이야' 하는 무관심이 쌓였기 때 문 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나부터 시작하자'는 작은 마음들이 모이면, 거대한 도시를 바꾸고 아파하는 자연을 치유하는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 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지금 우리 발밑의 쓰레기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바로 그 작은 다정함에 서 시작됩니다.